청와대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초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주변 4강 중 나머지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외교장관은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회담을 갖고 의제를 구체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예정돼 있어 양국 외교장관은 서울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이어 5월 말쯤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자연스레 한중ㆍ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측은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아닌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이달 말 신임 총리에 올라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 때 중국과 회담을 갖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온 뒤 중국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한데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조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달 우리 정부의 강력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부 행사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했고 3월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 4월과 8월 외교청서와 방위백서 발표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중국을 먼저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 한국의 신임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일본, 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패턴을 보인 바 있어 이번에 이 같은 관례가 깨질 수 있다.
한·러 정상회담은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박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특사를 보내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미국측이 한미 정상회담 시기를 먼저 공개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오전 2시(한국시간)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의에 참석,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미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박 대통령의 5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보다 8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에서야 "박 대통령이 5월 상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양국 동시 발표라는 관례를 깬 것이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측에서) 그러한 언급이 있으리라고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정상회담 일정 발표를 놓고 양국간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다만 백악관의 공식 발표가 없었고, 도닐런 보좌관도 고의로 미리 협의내용을 흘렸다고 보기 어려워 이번 해프닝을 한미 양국의 불협화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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