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군부대를 잇따라 시찰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1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했던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7일 찾은 데 이어 11일에는 백령도 타격 임무를 맡은 월내도방어대와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 포병부대를 방문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우리 군의 즉시 대응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안에서 동선을 노출하며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없던 일이다.
김 1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서는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 북한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는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 (7일)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으라" (11일) 등의 거친 언사로 장병들을 독려하고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12일 "남한을 겨냥해 연평도 포격 도발의 트라우마를 연상케 하고 북한 주민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 또는 서해 NLL 부근에서 치고빠지기식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 1위원장을 이를 위해 이 지역의 부대를 격려차 방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조만간 김정은 최고사령관 명령 형식의 중대 발표를 통해 준전시체제를 선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3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기에 앞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전례가 있다.
김 1위원장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가 병사들에게 직접 포 사격 순서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전수하며 마치 최전방부대 지휘관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김 1위원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학과를 졸업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그의 주도로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김 1위원장이 서북도서를 자주 방문하는 것은 내부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측근세력이나 군부에서 김 1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 효과를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지역을 도발하기에 앞서 김 1위원장을 등장시켜 시선을 끌기 위한 위장전술이라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 주민들과 통화해보니 서해 NLL보다는 판문점 인근이나 강원도 지역의 군사분계선(MDL) 근처를 겨냥해 포 사격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얘기들을 하더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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