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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배우 강태기씨 하늘무대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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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배우 강태기씨 하늘무대로 떠나다

입력
2013.03.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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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연극배우이자 탤런트 강태기(본명 강성호ㆍ사진)씨가 12일 인천 불로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3세.

강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자신의 아파트 방에서 여동생(54)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있었고 주변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여동생은 "오빠가 전날 오후 7시쯤 혼자 소주 한 병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며 "오늘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07년 이혼 후 여동생과 함께 살아온 강씨는 지난해 사기사건에 휘말린 뒤 그 충격으로 1년 가까이 외부와 연락을 끊고 매일 술을 마시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씨가 지병인 고혈압 합병증을 앓고 있었다는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강씨는 40여 년을 오롯이 연기에 바친 배우였다. 1967년 17세의 나이에 KBS의 전신인 TBC 탤런트 6기로 데뷔, MBC '아르곤', EBS '명동백작' 등 드라마에 출연했다. 1975년에는 극단 실험 '에쿠우스'를 통해 연극 무대를 밟았다. 그를 비롯해 송승환, 최민식, 조재현 등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에쿠우스' 주연은 곧 스타라는 공식을 낳기도 했다. 이후 영화 '남부군' '불씨' '화려한 유혹'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연기자로 자리잡았다.

최근 들어서도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강씨는 2010년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주인공 김만석 역을 맡아 400회 공연을 치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그 해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그가 출연했던 연극 '72시간'의 연출가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은 "막장에 갇혀 숨을 거두는 광부가 이상향을 꿈꾸며 환상에 사로잡혀 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가 보여준 독창적인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강씨는 2010년 3월 한국연극배우협회 9대 회장으로 선출돼 2년간 연극계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술계에서 연극배우의 입지가 좁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배우 전무송은 "협회장을 하면서 연극계가 처한 여러 어려운 일들을 해결했고 연극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후배였는데, 부고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며"아까운 사람"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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