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목욕탕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만 반면 위험 요소도 상존하는 공간이다. 특히 비눗물에 미끄러워진 바닥과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계단 등은 종종 노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경기 의왕시는 최근 내손2동 사랑채노인복지관 지하 1층 1,1128㎡ 부지에 안전시설을 갖춘 노인들만의 전용 목욕탕을 오픈 했다. 급격하게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만을 위한 복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시가 직접 나선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 공용 목욕탕 등이 소규모로 운영된 적은 있었지만 94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만의 대규모 목욕탕은 전국 최초이다.
12일 기자가 찾아간 노인 전용 목욕탕은 황토방과 사우나 등 외관상 일반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는 노인들만을 위한 배려가 숨겨져 있다.
출입구에는 지하 1층만 운행하는 목욕탕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노인 전용 목욕탕답게 어르신들이 목욕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탕 안팎으로 핸드 레일을 설치했다. 어지럼증이나 비눗물에 미끄러지더라도 손쉽게 잡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비상벨도 벽면 곳곳에 설치했다. 샤워부스는 몸을 지지할 수 있는 안전 손잡이가 설치된 제품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반 목욕탕과 다른 점은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간호사가 상주하고, 노인들에 대한 철저한 건강 체크. 노인 전용 목욕탕은 회원 가입에 앞서 노인들의 혈압과 맥박 체크를 하고 수술 이력, 지병 등에 대한 건상 상담을 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이를 목욕탕 내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항상 확인하면서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 전용 목욕탕은 문을 연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1,500명이 회원 등록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연경흠(81) 할아버지는 "일반 대중 목욕탕에 비해 바닥 전체에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사용해 미끄러지지 않아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의왕 노인전용목욕탕은 60세 이상 의왕시민을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며 입욕료는 2,000원,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2회 무료 이용할 수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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