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이 주변국을 도발하는 것은 물론 핵을 확산시킬 경우에도 군사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얀마처럼 변화의 길을 걷는다면 경제 지원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뉴욕시에서 열린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대북정책 4대 원칙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밝힌 4대 원칙은 ▦한미일 공조 ▦나쁜 행위에 대한 무보상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 ▦북한 변화의 촉구 등이다.
도닐런은 북미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나쁜 행위에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헛된 약속에 응하거나 위협에 굴복하는 ‘게임’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닐런은 또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같은 말(馬)을 두번 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경제적 보상을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도닐런은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하도록 계속 촉구하겠다“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북미대화의 조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약속 이행과 국제법 준수의 의지를 보여줄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는 진정성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도닐런은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주먹을 푸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말로 미국이 변화된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을 의심한다면 미얀마를 한번 보라”며 “미얀마의 채무 수십억달러를 이미 탕감했고 대규모 개발 지원과 신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닐런이 미얀마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북한이 개방을 해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도닐런은 “미국은 적대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시킬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 지도자들이 미얀마의 경험을 숙고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도닐런은 “북한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면 미국은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 및 핵 물질을 이전(판매)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며 핵확산을 막기 위한 무력 동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도닐런은 “북한의 (최근) 위협들이 과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무효를 선언한 정전협정은 상대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정전협정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유엔도 정전협정이 파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박도춘 북한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 주규창 노동당 기계공업부장과 조선무역은행(FTB)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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