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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性고민, 이제 숨기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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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性고민, 이제 숨기지 말아요"

입력
2013.03.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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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 노인 A(72)씨는 지난해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근처 한 성인 콜라텍을 찾았다. 점심시간에도 100여명의 장년 손님들로 가득 찬 콜라텍에서 웨이터 복장을 한 노인의 소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소개받았다. 즉석 만남에, 잠자리까지 함께 한 A씨는 피임기구 없이 잠자리를 하다가 성병을 앓게 됐다, 그러나 칠순이 넘은 나이에 남 보기가 부끄러워 그는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사회는 노인들이 ‘제2의 청춘’을 누릴 수 있도록 활동적인 삶을 독려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성(性)생활만은 여전히 부끄러운 치부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콜라텍’ 등 노인들의 성문화가 점점 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 자치구들이 노인들의 성문제를 건전하게 논의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나섰다.

서울 동대문구청은 12일 ‘안전한 노인성생활을 위한 강의’를 열고 성인용품 구입 방법 및 정품 식별법, 성 관련 질환 시 대처 방법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날 오후 2시 동대문구청상 2층 다목적 강당에 마련된 의자 150석이 가득 찼다. 곳곳에는 중절모를 쓴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공개적인 성문화 교실이 쑥스러울 법도 했지만 1시간 10분간의 강의가 끝나자 곳곳에서 질문이 쇄도했다. “제 나이가 일흔인데 성생활은 몇 일에 한 번 꼴로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주변에서 쉽고 안전하게 콘돔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71)씨는 “이런 자리가 낯 뜨거울 것 같았지만 궁금했던 생생한 성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오경숙씨의 ‘도시노인의 성생활 실태에 관한 연구(2012)’에 따르면 서울 거주 노인 1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하는 장소에 대해 110명(66.3%)이 공원을 꼽았다. 또 10명 중 1명은 ‘콜라텍’이라고 응답하는 등 극히 제한된 장소에서 성생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승준 동대문구청 보건정책과장은 “이번 강의를 계기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생활 강의와 상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음성화되고 감추기 급급했던 노인들의 성생활을 떳떳하고 건전하게 정착시키는 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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