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갖가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맥 빠진다, 관심이 없다"는 반응에서부터 "통과의례에 불과한 청문회를 뭐 하러 하느냐"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어제오늘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청문회 대상이 된 17명의 장관 내정자 가운데 잡음이 나오지 않은 인사는 거의 없다. 세금 포탈, 부동산 투기 의혹, 직무 관련 업체 경력문제, 병역 의혹, 논문표절 등이 백화점 식으로 불거졌다. 위장전입 정도는 비리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서너 가지 겹치기 의혹이 제기된 후보도 여럿이었고,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30여 가지의 의혹에 휩싸였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는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재탕하는 게 고작이었다. 후보자들이 부인하거나 사과하면 그 뿐이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후보들을 꼼짝 못하게 할 방증 자료를 제시하거나 끈질기게 추궁하는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준비 부족에다 부적격 후보자들을 걸러내겠다는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청문회는 맥 빠진 진행에 지루한 설전만 되풀이됐다.
일부 후보자들은 검증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미루며 시간을 끌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된 뒤 일주일 정도만 버티면 되기 때문에 자료제출 비협조와 불성실한 답변이 반복되고 있다. 청문회 기간이 충분한 검증을 하기에 너무 짧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은 대통령 인선 뒤 상원 인준까지 공직 청문에 수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청문회를 마친 13명의 후보자 가운데 낙마 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야당이 부적격 4명, 미흡 6명으로 결론 내렸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시작해 올해로 13년을 맞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검증 강화와 대통령의 임명권 제한 등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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