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처음으로 소비자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은행 대출약관을 손보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 여론에 밀려 지난해 말 신설한 민간전문가 위원회가 "소비자단체 의견도 적극 수용하라"고 권고한 결과다. 그간 지나치게 금융사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을 들어왔던 감독당국으로선 작지 않은 변화다.
금감원은 12일 "지난해 금융소비자연맹이 건의한 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선안을 민간위원 중심의 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를 통해 소비자의 시각에서 검토한 결과, 일부 조항에 변경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은 작년 11월 "현 약관은 '갑'인 은행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며 4대 항목 16개 조항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고치기로 한 조항은 4가지. 먼저 기업대출에서 짧은 연체가 4번 반복되면 대출만기와 상관없이 원금에도 고리 연체이자를 물리도록 허용한 조항이 폐지된다. "연체 기업은 만기연장 때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데 미리부터 불이익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또 연체된 대출을 예금과 상쇄(상계)시킬 때, 이를 '예금 중도해지'로 보고 이자를 낮게 쳐줬던 관행도 지나치게 은행 이익 중심이란 이유로 "약정이자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은행이 대출서류에 이자, 수수료, 부대비용을 따로 적던 관행도 앞으로는 합산해 '실질 유효금리'로 설명토록 했고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1년이 366일인 해)에도 대출이자를 365일 기준으로 계산했던 약관조항 역시 윤년은 별도 계산하도록 수정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단체 건의로 약관이 개정된 건 처음"이라며 "그간 소비자단체의 건의가 드물기도 했지만 소비자보호심의위의 민간 위원들이 소비자 시각을 적극 수용할 것을 주문해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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