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납치해오면 10억원을 주겠다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30분을 통화했는데 실제로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의 부인 A씨는 지난해 10월 외출 중 한 남자의 전화를 받고 경악했다. 자신을 납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이를 알리려 집에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우선 경찰에 신고한 후 아파트로 향했고, 이 남자는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 남자는 김 사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납치청부 자작극을 벌인 김모(34ㆍ무직)씨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4~2006년 삼성그룹 임직원의 건강보험 업무 등을 위탁 처리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이후 개인사업에 실패해 1억원의 빚을 지게 되자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이던 김 사장에게 접근할 궁리를 했다. '부인 납치 청탁을 거절한 선한 젊은이'로 행세해 환심을 사서 삼성그룹에 취직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회사 동료였던 B씨를 통해 김 사장의 가족관계와 주소 등 개인정보까지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김윤상) 12일 김씨를 사기미수 및 주거침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B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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