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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 앞길이 캄캄

입력
2013.03.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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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인공호흡기에 연명하고 있으나 숨 넘어가기 직전 찔끔 공급되는 산소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 이전투구로 일관한 사업주체들, 무작정 판을 키운 서울시, 뒷짐 진 정부 등이 저마다 책임을 미룬 채 허송세월 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 역사는 이제 건국 이래 최대 사회경제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처내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12일 만기 도래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은행 영업시간 마감(오후 4시) 2시간 뒤에야 겨우 갚았다. 당초 최대주주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대한토지신탁에게서 받아야 하는 손해배상 승소액 257억원 중 보유지분(25%, 64억원)만큼만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한토지신탁은 전액에 대한 지급보증을 요구하며 맞섰지만 협상 끝에 64억원 지급에 합의했다.

부도는 간신히 면했지만 용산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이날 이자 지급으로 남은 돈은 기존 자본금 잔액(9억원)을 포함해 21억원인데, 25일 32억원, 27일 122억원 등 갚아야 할 금융비용은 깨진 독에 물 붓듯 돌아온다. 4월 말까지 적어도 500억원은 더 필요하다.

용산개발사업은 2007년 이후 세 차례의 사업협약 변경을 겪으며 장밋빛 청사진이 바랬고, 용산역세권과 한강을 잇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통합개발 구상(한강르네상스)까지 더해지며 일그러진 괴물로 변했다. 장기 불황과 사업주체들의 출자 부실로 꼬이더니 주주들이 저마다 유리한 조건을 달고 돈을 넣네, 마네 아귀다툼만 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 했고, 정치권은 부도 위기가 닥쳐서야 국정감사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공기업, 서울시, 서부이촌동 주민, 건설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있지만 "설마 부도가 나겠어" 하는 안일함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자금 수혈이 안돼 결국 파산이 되면 출자자간 소송, 지역 주민들의 소송 등이 잇따를 전망이다. 현재로선 피해액 산정마저 불가능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조정하고, 지원할 건 지원해주되 각자의 책임도 명백히 하라는 것이다. 단계적 공공개발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출자 구성과 사업구조로는 수익성이 떨어져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용적률 완화, 도로 지하화와 같은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 사업비를 줄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민간 출자사들의 희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요즘 부동산경기로는 민간사업 추진이 무리"라며 "서울의 공간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편하는 관점에서 공공이 선도하고 민간은 사업성 있는 곳을 맡는 방식의 공공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취임 회견에서 "코레일을 포함한 드림허브 측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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