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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지 결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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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지 결정하죠"

입력
2013.03.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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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母語)는 우리에게 음성적 명칭뿐만 아니라 그와 결부된 개념도 제시해줍니다. 모어와 더불어 획득한 어휘와 형식은 인간의 모든 지적 행동의 토대로 기능하며 모든 행위의 성과에 흔적을 남기지요. 우리의 세계해석과 사유는 모어적, 개념적 지식에 기초하며 거의 평생 이 틀을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독일에서 생겨난 언어학 유파인 '훔볼트학파'의 국내 권위자인 허발(85ㆍ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훔볼트 언어학의 핵심을 설명한 (열린책들 발행)을 냈다. 서양사를 공부하려고 고려대에 진학해, 뒤에 고려대 총장과 문교부 장관을 지낸 이종우 교수의 철학수업을 듣다 언어학에 눈 떠 독일로 유학한 그가 1970년대 중반부터 고려대 독문학과를 정년퇴임할 때까지 써온 논문을 골라 엮었다.

허 교수는 칼 빌헬름 훔볼트에 대해 "대상과 사람 사이에 독립적인 언어의 정신적 중간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봤다"며 언어를 유기체이며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구성원의 인식이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세계를 바라 보는 관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19세기 훔볼트의 이론을 계승 발전한 레오 바이스게르버 전 본대학 교수는 '에네르게이아'(언어의 작용하는 힘)라는 개념을 통해 모어를 인간 정신을 창조하고 문화를 지탱하며 나아가 역사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역설했다. 신간은 구조주의, 논리실증주의 등 언어 형식에 주목하는 이론을 비판하며 언어가 갖는 정신적인 힘을 강조한 훔볼트 학파의 이론을 자세히 담고 있다.

허 교수는 역시 언어학자인 허웅(2004년 작고) 한글학회 전 이사장의 10년 터울 동생이다. "7남매 중 형이 셋째고 제가 막내지요. 형님이 말 연구한 게 제가 언어학의 길로 접어든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습니다."

말의 밑바탕에는 정신이 깔려 있고 말 자체가 끊임없는 정신적인 활동이라는 훔볼트학파의 이론에 따르더라도 한글의 탄생은 "위대한 업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미국식 언어학이 지배하는 국내 언어학계가 이 같은 독일 언어학에 좀더 눈길 돌렸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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