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아들의 형편 없는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A씨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 듯 아들은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말고사 성적표도 중간고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다시 잔소리를 하자 아들은 “열심히 하라고만 하셨지 점수를 잘 받아오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라고 말대꾸했다. A씨는 말문이 막혀 한동안 말을 잊었다.
중학교 3학년 B군은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다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과 채팅을 너무 많이 한다고 여긴 아버지가 B군의 스마트폰을 압수하자 심하게 울더니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 119구조대가 신속히 출동해 조치를 취해 심각한 위기는 넘겼다. 아버지는 상담기관에 전화를 걸어 “아들한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가 중독 경향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하냐”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모라면 이러한 자녀의 모습에 기가 막힌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것”이라며 방향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부모의 태도 때문에 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부모 스스로 아이들을 대하는 유형을 파악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부모 자신을 먼저 파악하자
박혜정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상담사는 “학부모들이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이나 경험, 바람을 자녀에게 그대로 투영시켜 대할 때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부모가 살아온 모습과 아이의 성향이 다르거나 부모가 바라는 자녀의 미래상과 자녀들의 희망이 다를 때, 부모가 이를 자녀들에게 강제하거나 강요할 때 자녀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혜정 상담사는 “성격유형 검사, 에니어그램 등 객관적 검사를 하거나 집단 상담 등을 통해 다른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면서 타인의 단점은 반면교사로 활용하고, 좋은 점은 받아들이는 등 부모가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20여년간 연구해온 기업의 성과창출 원리를 자녀 교육에 대입해 (엘도라도 발행)를 쓴 기업 컨설팅 회사 더퍼포먼스의 류랑도(51) 대표는 컨설팅 기법으로 부모의 역량을 평가한 후 부모를 통제형, 방치형, 아집형, 코치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통제형은 자녀의 감정이나 행동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자녀가 부모 뜻에 따를 것을 강요하는 유형이고, 방치형은 자녀에게 지나치게 관대해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지 않는 유형이다. 아집형은 자녀에게 방향성을 주지도 못하고 자녀와의 쌍방 커뮤니케이션이나 지원도 안 하면서 독불장군식으로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유형이다. 코치형은 자녀와 함께 자녀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유형이다.
류 대표가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것은 코치형 부모다. 달걀 속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 위해 껍질 속 병아리와 바깥의 어미 닭이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처럼, 자녀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부모로서의 역할 범위와 한계를 잘 파악하고 정확한 시점에 적절한 코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치형 부모 되기
코치형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고, 방임하듯 자녀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자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실행방법을 들어 보고 자녀가 스스로 통제하도록 하되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가령 하루 1시간 동안 어떤 책을 언제 읽을 것인지,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취약한 과목을 골라 시험에서 몇 점을 목표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등 계획을 자녀가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지켜나가도록 돕는 것이 좋다. 부모의 입장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을 자제하고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 없이 듣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 부모는 주로 듣는 입장에 서고 자연스럽게 자녀의 생각을 유도해 바른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코치형 부모가 되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체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류 대표는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큰 교과서”라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발견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모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가 정한 목표를 이루도록 운동 코치처럼 연습을 반복해 습관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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