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4ㆍ서울시청)가 한국 빙상 최초로 세계 4대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상화는 10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2012~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에서 37초77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왕베이싱(중국ㆍ37초78)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월드컵 포인트 150점을 획득한 이상화는 총점 1,055점을 얻어 예니 볼프(독일ㆍ851점)를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이 종목 종합 우승을 확정 지었다.
ISU는 8차례의 월드컵 시리즈와 한 번의 월드컵 파이널에서 치른 경기 결과를 점수로 환산, 종목별로 이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매긴다.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종목별 1위 선수에게 100점을 주고 월드컵 파이널에서는 150점을 준다. 앞서 8번의 월드컵 시리즈를 모두 거머쥔 이상화는 지난 9일 열린 1차 레이스에서 3위에 그쳤지만 2차 레이스에서는 다시 정상에 복귀하며 500m 최강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 여자 선수가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선수 가운데는 이강석(28ㆍ의정부시청)이 2005~06시즌과 2010~11시즌 두 차례, 모태범(24ㆍ대한항공)이 2011~12시즌 한 차례 남자 500m를 석권한 바 있다. 하지만 이상화는 2010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과 같은 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지난해 2012 종목별 세계선수권에 이어 2012~13 월드컵 시리즈까지 제패하며 남녀 선수 통틀어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종합 우승을 놓고 경쟁 중인 볼프와 함께 한 조에서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100m를 10초41에 주파하며 10.54에 그친 상대를 제쳤다. 첫 번째 코너를 돈 뒤에는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400m를 27.36만에 주파하며 1위를 확정했다. 볼프의 400m 기록은 27초66. 0.01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500m에서 여유 있게 상대를 따돌린 이상화는 경기 후 "특별히 볼프를 의식하지 않았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이상화는 각종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우선 지난 1월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 500m에서 36초99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다음날인 1월20일에는 36초80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위징(중국)이 갖고 있던 세계 신기록까지 새롭게 썼다. 여기에 세계 4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한국 빙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남은 건 올림픽 2연패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 오른 기량을 뽐내는 이상화는 카트리나 르메이돈(캐나다) 이후 12년 만에 여자 500m 2연패를 노린다. 현재 '남은 적수는 이상화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별한 라이벌은 없다. 절정의 컨디션과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상화는 21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하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한편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기대주 김보름(20ㆍ한체대)도 강자들을 제치고 매스 스타트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보름은 이날 경기에서 3위로 골인했지만 앞서 치른 2차 대회와 7차 대회의 1위를 바탕으로 총점 365점을 획득, 330점에 그친 마리스카 후이스만(네덜란드)을 제쳤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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