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의 리베이트 의사 사법처리의 후폭풍이 의약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사법처리에 대한 강한 반발 속에 “차라리 정부가 리베이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정부는 “규정대로 하면 된다”며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긴급 상임이사 간담회를 열어 동아제약 리베이트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검찰은 동아제약으로부터 수백만~수천만원을 받은 의사 1,300여명을 통보하고 이중 119명을 사법처리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의사들은 2~12개월까지 자격정치처분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의협은 모호한 리베이트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는 “동아제약 직원들을 위한 동영상 강의를 제작해주고 그에 대한 강의료를 받은 의사들도 사법처리대상에 포함됐다”며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강의료를 불법이라고 생각지 못한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권자의 자의적 판단과 피조사자의 불복에 의한 소송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리베이트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법령마다 잣대가 다를 만큼, 리베이트의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판매촉진을 위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더라도 이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약사법과 의료법에서는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모든 행위(7가지는 예외 허용)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 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두 규정 사이에서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제약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리베이트 기준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시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더 이상의 리베이트 기준은 불필요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약품정책과장은 “기본적으로 모든 리베이트는 불법”이라며 “이번에 사법처리 된 의사들은 약사법에 정해진 허용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등 7가지 항목에 한해서만 제약사가 의사에게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번에 논란이 된 강의료 등은 원칙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향후 의사와 제약사 관계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부의 시각차는 판이하다. 의약계는 이번 리베이트 사법처리로 의사와 제약사간 정상적인 교류 협력관계마저 단절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사와 제약사간 협력활동이 위축된다면 결국 의약산업발전과 국민건강증진에도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뇌물에 가까운 직접적 현금수수는 없어졌지만 강의료 자문료 등 명목으로 사실상 리베이트가 진화되어 온 만큼, 이런 식의 음성적 교류협력은 의약산업발전이나 국민건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리베이트에 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리베이트 누적횟수에 따른 가중처벌, 벌금이 아닌 수령액을 기준으로 한 자격정지, 제약회사의 판촉비 공개 의무화 등 향후 리베이트 관련 법령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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