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북한 리스크에 초연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이번 북한의 군사도발 우려에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된 데다 중국, 일본 등 중재 역할을 할 주변국들이 정권교체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과거와 달리 북한발 악재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월 말 위기설' 등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시작된 11일 코스피지수는 2.66포인트(0.13%) 내린 2,003.35로 마감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4.5원 오른 1,094.8원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1% 이상 떨어져 1,980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나, 이후 프로그램을 앞세운 기관 자금 유입으로 낙폭을 만회했다. 이날 기관은 3,916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208억원, 1,650억원 순매도하며 불안한 심리를 드러냈다.
과거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발 악재가 불거지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빈번했던 북한 리스크의 학습효과 탓인지 짧으면 하루ㆍ이틀 만에, 길어야 2주 안에 원상회복하는 복원력을 보여줬다. 실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달 12일 외국인은 1,255억원 순매수했고, 결국 주가는 5거래일간 0.21%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정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천안함 3주기(3월 26일), 김일성 출생일(4월 15일),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등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다음달 말까지 고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과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이 겹쳤던 1968년 이래 긴장상태가 가장 높아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김정은 체제 1주년에 들어가는 북한이 조직 안정화를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핵 보유국이 된 상태라 단순한 시선 끌기 행동만으로도 위협적"이라며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정권교체 등으로 중재자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미국도 우선순위를 북한 압박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에 두고 있는 등 한반도 정세마저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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