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이 어렵다 보니 보험설계사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아요. 보험사 설명회에 가 보면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 받고 3~4년 안에 정규직 대리를 달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고액 연봉을 받거나 정규직에 편입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요. 취업이 안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가, 힘들어서 1~2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대형 생보사 인턴십 경험자 윤모(26)씨)
장기 불황에 취업난이 가속화하면서 보험영업에 뛰어드는 20대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사들도 그간 상대적으로 보험에 무신경했던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20대 보험설계사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입이 괜찮다"는 보험사 얘기만 믿고 보험영업에 뛰어들었다가 현실의 두터운 벽에 막혀 금새 포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요 영업기반인 또래들의 경제력이 취약한 것도 20대 보험설계사들의 약점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 소속된 20대 보험설계사 수는 16만8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0명 늘어났다. 청년 백수가 100만명을 넘어선데다 보험사들이 '20대 고객은 20대가 맡아야 한다'며 인턴십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고액 연봉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1년도 채 안돼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20대 설계사의 경우 사회경험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지인들 위주로 영업하게 된다"며 "주변 또래들도 미취업 상태이거나 경제력이 약해 3~4개월이면 한계에 부딪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모 대형 생보사의 경우 최근 2년간 참가자 700명 가운데 현재 설계사로 활동 중인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다른 대형 생보사도 2개월의 인턴십을 마치고 정식 설계사로 전환한 비율은 30%선에 불과하다. 송지훈(27) AIA생명보험 마스터플래너(MP)는 "하루에 전화 30통과 5명을 만나겠다는 식의 계획을 세워 성실히 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20대 보험설계사 조직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20대 설계사 모집에 소홀했던 삼성화재, 현대라이프 등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보험사도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설계사의 업무 영역 등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대기업이라는 타이틀과 고액 연봉,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에 현혹돼 지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모 보험사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최모(22)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실적이 호명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1년 간 열심히 영업하면 관리자로 전환해준다고 했지만, 1년 뒤에도 똑같이 일선 영업을 하는 선배들이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00% 관리직 전환을 보장하는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물론 열정을 무기로 열심히 뛰어 고액 연봉을 받는 사례도 있다. 20대 후반에 설계사 생활을 시작해 올해 관리직(정규직)으로 전환된 삼성생명 세일즈 매니저(SM) 이모(33)씨는 "명문대를 나오지 못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는데,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취업 문이 개방돼 있고 열심히 하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미림 인턴기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년)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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