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이상의 위기감을 느낀다." "전통적 지지자마저 당을 떠나고 있어서 심각하다."
최근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을 정비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에 내우외환 위기가 겹쳐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조직법 협상 지연에 따른 책임론이 커지는데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정치 복귀로 당의 지지 기반 붕괴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5ㆍ4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갈등도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3각 파고에 당 전체가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우선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은 갈수록 민주당에게 부담을 안기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와 여당의 불통과 독주를 견제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야당의 발목잡기 탓이란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내지도부가 지난 6일 돌연 김재철 MBC 사장 퇴진과 언론청문회 개최 등을 협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자충수였다.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사안을 연계시킴으로써 반대 명분 자체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원내지도부가 강경파에게 끌려 다닌 결과라는 불만도 흘러나온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협상을 더 끌 경우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여론의 뭇매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원안을 강경하게 고수하는 상태에서 퇴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11일 귀국하는 안 전 교수의 행보는 민주당을 정계개편의 격랑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메가톤급 위기 요인이다. 당장 최근의 당 지지율 조사만 해도 민주당 입장에선 충격적이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23%의 지지율을 기록해 민주당(11%)을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각각 29%와 35%로 높게 나타났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보선 도전이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일부 의원과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본부장 민병두)가 10일 '좋은 정당 만들기'라는 주제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마트 정당, 풀뿌리 정당, 협치·거버넌스·생활정치 정당 등 3대 목표 실현을 위한 개혁 방안을 발표한 것은 안 전 교수의 귀국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런 '외환'에 대비해야 할 당은 계파 갈등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석 달 동안 전당대회 시기와 방식을 두고 계파 간 공방만 거듭하다 최근에는 대선평가위원회의 대선 평가 작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친노 주류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강도 높게 제기하자, 친노 주류 측은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위원장이 선입견에 갇힌 채 민주당을 자해하는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았던 노영민 의원은 11일 한 위원장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주변의 만류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5ㆍ4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주류 비주류 간 당권 투쟁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3선의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고 "요즘 민주당은 백척 장대위에 서 있는 느낌이고, 바람 앞의 등불 격"이라며 "욕심과 사심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주당은 더 엎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리더십을 찾지 못하면서 안 전 후보 지지층뿐 아니라 문재인 의원 지지자들까지 당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