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면전을 언급하며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전문가들은 김 1 위원장이 전쟁 분위기를 고취해 내부를 결속한 뒤 미국과 남측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통치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위협은 표면적으로 남측이나 미국 등을 겨냥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외부와의 긴장 관계 유지를 대내적인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는 김일성 주석 부자가 흔히 썼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 선언 이후 언론 매체를 통해 연일 전쟁에 준하는 위기 상황 임을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전쟁 불사를 언급하는 등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모두다 김정은 동지 두리(주위)에 굳게 뭉쳐 미제를 비롯한 적대 세력의 무모한 침략전쟁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자"고 전했고, 조선중앙통신도 6~9일 잇달아 전투훈련 중인 북한군과 노농적위군(우리의 민방위부대) 사진들을 보도하는 등 내부 분위기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현영철 북한군 총참모장은 9일 공개리에 군 간부 등과 판문점을 시찰했다.
김 1위원장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보다 확고히 다져놓은 뒤 대외적으로 미국 정부와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현재의 정전협정 백지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1위원장의 속내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을 전환하기 위해 미국과 양자 대화를 하자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직 미국프로농구(NBA)선수인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으로 초청하는 등 미국 측에 유화제스처를 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 1위원장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남측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냉각기를 거쳐 대화 재개 등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불사 등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분위기를 유도한 뒤 점차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남측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보다 많이 이끌어 내기 위한 단계적 조치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김 위원장 집권 시절에도 북한은 핵 관련 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에 공개하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얼마 후 다시 강경 입장 돌아서는 냉온탕 전략을 반복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반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의하고 내부적으로도 북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북중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점을 감안, 중국 당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또 11일부터 시작하는 '키 리졸브'훈련과 독수리연습 등 한미연합훈련이 체제 유지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우리 정부의 군사 훈련을 최소화시키려는 현실적 이유도 들어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