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엄수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장례식은 베네수엘라 국가 연주로 시작됐다. 베네수엘라의 자랑인 올해 32세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필)의 음악감독인 그는 존 애덤스의 신작 오라토리오를 세계 초연하는 LA필의 7~9일 공연 중 8일 지휘를 다른 지휘자에게 맡기고 전날 밤 조국으로 날아왔다.
그는 2018년 임기를 마치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베를린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주인공. 그는 빈민가 아이들을 마약과 범죄에서 구한 베네수엘라의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시스테마가 낳은 음악 영웅이다. 차베스는 엘시스테마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였다.
엘시스테마는 차베스가 집권하기 훨씬 전인 1975년 시작됐다. 경제학자이면서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창안하고 평생을 헌신해서 키운 프로그램이다. 운영은 민간재단이 한다.
베네수엘라 역대 정부 모두 엘시스테마를 후원했지만, 차베스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차베스는 집권 14년 동안 엘시스테마 운영 예산의 거의 전부를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했다. 집권 초기에는 클래식음악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감으로 지원을 꺼리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사회를 바꾸는 혁명임을 곧 알았다.
2007년 차베스 정부는 엘시스테마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무상 지급하고 학비를 보조해 주는 '음악의 임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정부 여러 부처에 나눠져 있던 엘시스테마 지원 업무를 대통령부로 통합해 더욱 강화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자 차베스를 독재자라고 비판하는 세력들은 엘시스테마를 정치적 과오를 가리는 선전물로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엘 시스테마는 정치와 무관한 사회운동이고 그 덕분에 정권이 바뀌어도 줄곧 지지를 받았다.
엘시스테마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의 프로젝트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25개국에서 엘시스테마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아이들은 약 35만명.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어린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만 150개가 넘고, 앙상블과 합창단은 수백개를 헤아린다.
차베스가 특권층이 아닌 모두의 세상을 꿈꿨듯이, 엘시스테마는 음악을 소수의 특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누리는 권리로 바꾸는 혁명을 일으켰다. 차베스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오미환 문화부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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