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원정 경기에서 73-66으로 승리해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1997년 출범한 SK는 1999~00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한 적이 있지만 정규리그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SK의 우승을 점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도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쓰고 하위권에 머문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선수단 아우른 형님 리더십
문경은(42)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꽃을 피웠다. 문 감독은 팀 내 최고참 주희정(36)과 나이 차가 6세에 불과하다. 무게를 잡기 보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허물 없이 지내려고 노력한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는 '맥주 타임'을 갖고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문 감독은 숙소에서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경기장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한다. 혼낼 일이 있으면 호되게 질책한다. 문 감독은 "지난 시즌 감독 대행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선수단을 이끄는 방법과 경기 운영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전환
2년차 가드 김선형(25)은 이번 시즌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변신했다. 빠른 속공을 앞세워 SK 특유의 신바람 농구를 이끌었다. 김선형은 SK 국내 선수들 중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46경기에서 평균 12.2점 3.0리바운드 4.7어시스트 1.7스틸을 올렸다. 시즌 막판에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결장하고 있지만 김선형의 성공적인 포인트가드 변신이 SK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애런 헤인즈 효과
애런 헤인즈(32)는 외국인 선수 치고는 키가 201㎝로 작은 편이다. 그러나 기술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상대 수비가 붙으면 파고들고, 떨어지면 중거리 슛을 꽂아 넣는다. 지난해부터 자유계약제를 폐지하고 드래프트제를 도입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떨어진 것도 헤인즈의 가치가 높아진 이유다. 헤인즈는 2008~09 시즌부터 5시즌 연속 국내 프로농구 코트를 누벼 리그 적응을 확실히 했고, 심판 성향도 파악해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판타스틱 4'를 자랑하는 모비스가 SK 벽을 넘지 못한 것도 결정적일 때마다 한 방씩 터뜨린 헤인즈 때문이었다.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 최부경
SK는 그 동안 전투적인 마인드를 갖춘 선수가 없었다. 리바운드와 궂은 일은 뒤로한 채 화려한 플레이만 추구했다. 선수 개인 기록은 뛰어났지만 늘 팀 성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루키 최부경(24ㆍ200㎝)은 SK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다. 그는 건국대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부산 동아고 2학년 때 변기훈(SK), 정민수(상무)와 호흡을 맞춰 2차례 정상에 올랐다. 이를 두고 최부경은 "보조 역할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최부경이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자 김민수와 박상오는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치중할 수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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