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매주 목요일 재활용품 수거가 있는 날이면 이곳으로 출근하는 30대 주부가 있다. 2년 차 신혼주부인 송경희씨가 그 주인공이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그는 커피포장 상자며 달걀 포장재, 페트병에 붙은 쿠폰을 빠지지 않고 오린다. 이렇게 오린 쿠폰으로 꼭 필요한 생필품을 교환해 살림에 보탠다. 그가 남편에게 가장 화를 낼 때는 가전 제품의 전기 코드를 뽑지 않고 출근 할 때다.
KBS 1TV가 11일부터 15일까지 오전 7시 50분 방송하는 5부작 '인간극장'은 신세대 '자린고비'주부로 불리는 송경희(33)씨와 그런 아내 덕분에 화려한 총각 시절을 포기하게 된 남편 김옥정(34)씨의 사연을 그린다. 송씨는 119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가장의 책임을 지고 있는 남편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각종 경품 응모에 나서고 쿠폰을 모아 생필품을 교환해 쓴다. 덕분에 총각시절 300만원짜리 고가 자전거로 라이딩을 즐겼던 남편은 이제 한달 용돈 15만원에 만족하며 중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신세가 됐다.
송경희씨가 이렇게 알뜰한 살림꾼이 된 데는 다 사연이 있다. 부모님의 사업실패 후 어려서부터 가난의 고통에 눈뜨게 된 그는 소녀 때부터 빈 병을 팔아 간식을 사먹으며 홀로서기의 중요성을 배웠다. 장녀인 그는 2007년부터는 남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보험 영업에 나서야만 했다. 그렇다고 송경희씨가 무조건 돈만 아끼는 '짠순이'는 아니다. 그는 절약하는 생활 속에서도 과테말라와 방글라데시에 어린이들을 3년째 후원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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