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내달 14일 치러진다. 이번 대선에서는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51) 임시 대통령과 ‘차베스의 대항마’ 엔리케 카프릴레스(41) 미란다주 주지사의 양자 대결이 예상된다.
마두로는 8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장례식을 마친 후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마두로는 장례식 후 “이번 선거에서 (차베스) 사령관과 함께 할 것”이라며 차베스 추모 열기를 선거와 연관시키려 했다.
재선거 일정이 확정된 9일 야권통합연대(MOU)는 카프릴레스를 야권 단일후보로 뽑았다. 카프릴레스는 트위터에 “곧 후보직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차베스가 생전에 후계자로 지명한 마두로는 버스 운전기사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차베스가 1992년 쿠데타 실패로 체포되자 구명활동을 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차베스 집권 시절 외무장관과 국회의장을 지내며 차비스모(차베스식 사회주의 이념)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후 차베스의 사위 호르헤 아레에사 기술과학장관을 부통령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차베스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카프릴레스는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야당 역대 최고 득표율(44%)을 기록하며 차베스를 위협한 인물이다. 유럽계 이민자 출신으로 1998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주목받았으며 이후 시장과 주지사를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차베스 집권 시절의 경기 침체와 범죄 증가 등에 문제를 제기했고 실용주의 경제정책과 친미 외교를 주장했다.
여론조사기관 힌테를라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베스 애도 분위기가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마두로가 카프릴레스에 1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거스틴 블랑코 베네수엘라 중앙대 교수는 “차기 대통령에게는 차베스를 추앙한 저소득층을 껴안으면서 빈부격차 등으로 양분화한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장례식은 8일 카라카스 군사학교 예배당에서 50여개국에서 온 정상과 대표단, 현지 외교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장례식 후 7일 동안 차베스의 모습을 추가 공개키로 하면서 추모 행렬은 9일에도 계속됐다. 수도 카라카스 시내 곳곳에는 차베스를 추모하는 작은 단상들이 마련됐고 꽃이 올려졌다. 시신이 안치된 카라카스의 군사학교에는 이날 수천명의 시민이 조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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