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K리그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최진한 경남FC 감독이 단연 기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쉽게 소화할 수 없는 빨간색 와이셔츠를 입고 등장한 것. 이들 통해 '장미의 전쟁 시즌2'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장미 전쟁'은 15세기 영국 왕가에서 벌어진 왕위 쟁탈전으로 붉은 장미 문양을 사용한 랭커스터 가문이 승리한 전쟁이다. 붉은 장밋빛 유니폼을 입는 경남은 지난해 슬로건으로 내세운 '장미의 전쟁'이 성공하자 그 기세를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경남은 2012년 빈약한 재정에도 시ㆍ도민 구단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고, 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경남이 '붉은 기적 2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남의 레전드'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경남은 1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이재안의 결승골로 부산 아이파크를 1-0으로 물리쳤다. 개막전에서 인천과 득점 없이 비겼던 경남은 이날 승리에 힘입어 6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경남 출신의 40대 이상 국가대표 출신인 조광래, 박항서 등으로 구성된 '경남 레전드'가 여자 고교팀 대산고와 오픈 경기를 통해 그라운드를 후끈 달궜다. 열기를 이어 받은 경남은 상위권으로 평가 받는 부산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펼쳤다. 경남은 공수의 핵인 강승조와 루크가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음에도 활발한 공격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공격의 중심은 3년차 공격수 이재안. 이재안은 후반 13분 절묘한 로빙슛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크 부근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공을 잡은 이재안은 상대 골키퍼가 골문에서 조금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돌아서면서 재치 있는 로빙슛을 날렸다. 하지만 슈팅은 아쉽게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1분 후에 골대 불운을 만회하는 득점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형범이 올린 크로스를 윤신영이 머리로 떨구자 골 지역 왼쪽에서 웅크리고 있던 이재안이 헤딩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경남의 시즌 첫 골이었다. 이재안은 지난해 3골에 그쳤지만 이날 득점포로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경남은 이후에도 부산을 줄기차게 밀어붙였지만 추가골은 뽑지 못했다. 최 감독은 "부상자가 많고 지난해에 비해 베스트 멤버가 바뀌어 시즌 초반이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승리로 마치 승점 6점을 얻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2007년 8월25일 이후 최다인 3만9,982명의 구름 관중이 몰린 가운데 대구와 전남이 치열한 공방전 끝에 1-1로 비겼다.
전북과 수원은 전날 열린 경기에서 각각 울산, 강원을 물리치고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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