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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 그리고 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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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 그리고 소변

입력
2013.03.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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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유행시킨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보면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도 있지만 설마 하는 사소한 일상사로부터 부부 사이의 갈등이 일어난다. 드라마에서야 극단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재의 대부분이 사실에 기반을 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다양한 소재로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아직껏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

하루에 소변을 보는 평균횟수는 6~8회로, 일 년에 총 배뇨횟수는 대략 2,500회나 된다. 이렇듯 소변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소변보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불편함이 생겨야 비로소 배뇨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다는 걸 알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우리 삶의 일부분인 소변이 부부생활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소변으로 인한 부부 간의 갈등은 배뇨에 문제가 생기는 갱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남녀 간 배뇨의 구조적, 생리적 차이로 인해 초반부터 부딪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분쟁의 원인이 소변이 아니라 좌변기의 앉는 부분인 안장 때문이다. 남자가 안장을 내려놓은 체 소변을 봐서 표면에 소변이 묻거나, 안장을 올리고 소변을 봤으나 내리는 걸 깜빡 잊고 그냥 나오면서 변기 사용에 대한 여자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사실 안장이 올려져 있으면 여자가 내려놓고 용변을 보면 되는데 남자에게만 이를 강요한다는 게 남자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부딪치게 된다.

소변으로 인해 싸움이 잦아지는 상황은 변기가 여성들에게 더 절실해지는 30대 이후에 심해진다. 소변을 자주 보고 참기 어렵고 급한 과민성방광이나 자기도 모르게 소변이 새는 요실금 증상으로 인해 수시로,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변기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과민성방광은 증상이 하나라도 있는 여성이 30% 이상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은 과민성방광으로 인한 증상을 나이 들어 생기는 현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창피해서 얘기를 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를 모르는 남자는 변기에 집착하는 여자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도대체 화장실에서 몇 시간씩 있는 거야?", "소변 하나도 제대로 못 봐? 변기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나서 못 살겠어." 50대 중반 이후가 되면 남성들은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숙명의 병을 앓기 시작한다.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소변을 보려면 힘이 들어가고 중간에 끊기며 마무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변기에 정확하게 조준이 되지 않아 주변으로 튀기게 되거나 심지어는 팬티나 바지를 적시기도 한다. 이럴 때 현명한 부인이라면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지를 걱정해야 하지만, 소변을 제대로 보라고 야단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 밤에 자다가 화장실을 왜 그렇게 자주 가?", "화장실 가는 것도 죄가 돼?", "너무 자주 가니까 그렇지. 그리고 조용히 가면 얼마나 좋아.", "당신도 만만치가 않아. 내가 갔다 오면 당신도 가잖아?", "그건 당신 때문에 깨서 가는 거야."

이 부인은 소변으로 인한 문제를 오로지 남편의 탓으로만 잘못 알고 있다. 자는 동안에 소변을 보기 위해서 1회 이상 일어나는 경우를 야간빈뇨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고 남자는 전립선비대증의 2차 증상으로, 여자는 폐경기 이후 요도 및 방광의 노화로 인해 나타난다. 그런데 야간빈뇨는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수면까지도 방해를 하게 되어 노년기 부부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소변으로 인한 부부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소 배뇨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배뇨습관을 가지고, 과음이나 흡연을 삼가며 꾸준한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랑과 전쟁'에 등장한 많은 상황에서처럼, 소변으로 인한 부부의 갈등도 구조와 생리의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불편함이 있으면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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