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방 국가들이 여성과 소수민족,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헌장을 제정했다. 9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과, 과거 영국 식민지 54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 국가들은 지난해 12월 ‘21세기 영연방 대헌장’을 채택했다. 영연방 국가들이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단일문서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이 헌장에는 ‘성, 인종, 피부색, 종교, 정치적 신념과 그 밖의 이유에 따른 모든 형태의 차별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영국 언론들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들도 차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동성애에 반대하는 법 조항을 유지하는 일부 영연방 국가들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동성애자 권리를 직접 언급하는 문구를 넣지 않았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영연방 54개국 중 41개국은 동성애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헌장은 이밖에 ‘성 평등과 여성의 역량 강화는 인류의 발전과 기본권 보장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명시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0일 런던 팔말가의 왕실 별궁에서 열리는 영연방 기념일 특별행사에 참석해 새 헌장에 서명하고 지지 연설을 한다. 영국 왕실 소식통은 “여왕이 동성애자 권리를 지지한다는 의미를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의미를 뒀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벤 서머스킬 대표는 “여왕이 동성애자 국민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며 “동성애자 권리 신장을 위한 역사적인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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