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의 불안정, 불균형, 지속불가능에 대한 6년전 원자바오 총리의 경고는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간의 소비진작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정부는 다시금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확대에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GDP대비 소비 비중은 줄어든 반면 투자는 오히려 늘어나 50%대에 달한다. 투자 의존도가 높은 성장패러다임은 상당한 체제적 위험을 안게 된다. 더욱이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신용공급의 대부분이, 감독이 허술한 그림자 금융업체를 통해 이루어짐에 따라 높은 부실가능성을 안고 있다. 소위 외발자전거 전략의 한계는 저성장의 역풍과 내부 비효율성 증대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버블생성과 붕괴과정을 거치면서 20년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미래준비를 위해 고르게 활용되지 못하고 부동산 등으로 몰리는 이면에는 지속적인 엔고 현상과 외부의존적인 금융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도 일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부채과잉의 장기화와 무수익 자산보유가 많은 일본의 좀비형 경제는 활력상실의 대표적 예이다. 재정위기를 감수한 경기진작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산축적에만 치중한 결과 일본경제는 또 다른 형태의 체제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두 이웃나라가 금융측면에서의 적절한 준비 없는 과도한 내지르기나 움츠리기 모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자본계정 개방시 일본과 같은 자산버블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는 현상유지에 집착하게 만든다. 투자위주의 성장패러다임으로 금융부실을 감내하려면 고도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 일본은 개방환경에 적합한 자체 내지 역내 금융시스템의 구축대신 달러 시스템을 활용하였다. 그 결과 상시적인 엔화강세의 압력하에서 버블에 취약한 경제의 비효율성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이다. '무한도전'식의 중국과 '극도의 소심함'으로 점철된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때 과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3개국은 공히 시장배경이 열악한데다 관료중심의 시스템 운영이 특징이다. 금융시스템 발전에 상당 시간이 필요하므로 선택의 여지는 환율체제와 지방경제에 국한된다. 자본유출입을 통제하는 중국은 자전거 전략으로 고성장을 유지해야 시스템 유지가 가능한 반면 개방모드에서는 자본유출입 확대와 자산버블관련 불안요인을 관리하면서 절상압력하의 성장탄력유지에 골몰해야 한다. 최근 아베정권의 양적완화정책도 일본경제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국제적 용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웃국가들의 조정과정에서 중간적 입장의 우리나라는 각별한 균형감각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환율관련 우리의 선택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성장모멘텀을 지키려면 첫째, 참여기회가 제한적인 미래지향적 구호보다 민생기반부터 다지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가정마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불확실한 여건하에서 연장선상의 준비만으로 부족하다. 무한 성장전략이라든지 달러체제에 순응하는 자세만으로 고령화에 대비한 미래준비가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민생, 특히 지방경제의 활력이 고용과 성장의 핵심기반임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고용친화적 창조경제의 시작은 환경요인을 고려한 풀뿌리 지역경제의 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 불평등의 완화가 지속성장의 전제조건임이 판명된 이상 지역경제에 기반을 둔 시장기구의 확충을 통해 다변화된 성장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거듭된 위기와 과도한 위험기피로 심화된 공공재의 공급부족을 타개할 수 있는 인프라 녹색은행이나 서민금융체제의 정비,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민관기금 형성에 모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환경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나 부실양산 금융시스템의 일방적 구제 노력은 결국 성장잠재력만 갉아먹는다. 반면 세계적으로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녹색패러다임하의 중산층 복원과 소외 영역의 재활성화는 파괴된 경제생태계의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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