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A교사는 다짜고짜 “우리 아이가 쓴 주관식 문제 답이 왜 틀렸다고 했느냐”는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답이 틀렸다”고 하자 이 학부모는 학원 원장과 함께 찾아와 다시 따졌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퍼부었다. 사과를 하겠다고 A교사와 학년부장 B교사를 불러낸 자리에서는 “네가 뭐냐? 재수없다”는 폭언과 함께 B교사의 얼굴에 맥주를 부었다.
지난해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매를 맞거나 욕을 들은 교사가 전년보다 37.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0일 발표한 ‘2012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학부모ㆍ학생의 폭언ㆍ폭행 등 부당행위가 158건(47.2%)으로 전년 115건보다 37.4% 늘었다. 이를 포함한 총 교권침해 사례는 335건으로 집계됐다. 2007년 204건이었던 데 비하면 최근 5년새 1.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9월 C 고등학교 D교사는 체육수업 시간에 휴대전화 통화를 한 남학생의 배를 야구 배트로 찌르면서 “왜 수업시간에 통화하느냐”고 했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이 학생은 넘어진 D교사의 얼굴을 몇 차례 더 때렸다. 이밖에 교총은 자녀가 지각해 벌점을 받았다고 교장을 찾아가 욕설을 하고,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혼낸 담임교사를 학교로 찾아가 폭행한 학부모 사례와 생활지도를 하는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중학교 2학년 학생 사례 등도 소개했다.
이 같은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 158건 중에는 학생지도 때문에 발생한 폭행·폭언이 109건(69.0%)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경미한 체벌’에 대한 금품ㆍ사직 요구, 폭언 25건(15.8%), 학교 운영 관련 학부모나 인근 주민의 부당한 요구 24건(15.2%)이라고 교총은 전했다.
교총은 “특히 학생지도 관련 폭행·폭언이 2010년 47건, 2011년 65건으로 매년 증가해 교사의 학생지도권 붕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울, 경기 등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원과 학생 간 갈등이 확산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부당행위 이외의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부당 징계, 권고사직, 수업권 배제 등 신분 피해 56건(16.7%) ▦학교폭력 관련 침해 40건(11.9%) ▦학교안전사고 관련 피해 37건(11.0%) ▦교직원 갈등 피해 29건(8.7%) ▦명예훼손 15건(4.5%) 등이었다.
신정기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최근 교권 침해 사건은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자녀 문제를 단순히 문제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해당 교사와 관리자에 대한 직접적 물리력 행사나 소송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교권보장 공약 이행과 교권보호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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