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교육감 취임 후 일선에서는 공공연히 학생인권조례 무시
- 시교육청 소송 계류중이라는 이유로 단속 뒷짐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에 인성지도부 선생님이 제 양쪽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고 흔들고, 뒤통수를 손으로 때렸습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교 신입생 A군은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 인권교육센터 홈페이지에 이같은 하소연을 남겼다. A군은 머리채가 잡혀 빠진 머리카락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오늘 처음 걸렸는데 때리고 머리채 뽑아도 되느냐”라며 “그 선생님 때문에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A군은 두발 자유를 명시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그대로인 것을 확인한 후 머리를 다듬지 않았다가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봉변을 당한 것이다.
서울 시내 학교에서 두발ㆍ복장 등을 단속하는‘교문 지도’가 부활하는 등 학생인권조례가 공공연히 무시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겠다”고 수차례 밝히자 그동안 규제를 자제해왔던 학교들이 다시 학생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여고생 B양은 지난달 10일 인권교육센터 홈페이지에 “머리 길이에 대해서는 학교 자체적인 규제가 없는데 올해 새 담임 선생님이 ‘학급 교칙’이라면서 머리를 어깨선까지 자르라고 강요했다”며 “담임 선생이‘내가 마음에 안 들면 자퇴하든지 전학을 가라’고 했다”는 글을 남겼다. 서초구의 한 여고생 C양은 지난달 28일 구두만 신고 치마만 입도록 한 학교 규정을 성토하는 글을 남겼다. C양은 “단지 단정해 보이기 위해 성장기 학생들이 발에 물집이 잡히면서 딱딱한 구두를 신고 다녀야 한다”고 호소했다. C양은 또“바지를 입고 싶으면 병원에 가서 치마를 못 입는 이유를 진단서를 떼와 증명하라고 한다”며 “여자니까 교복으로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성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곽노현 전임 교육감 시절인 2012년 1월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 12조는“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학교측은 “다만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조례의 단서 규정을 들어 묵살하고 있다. 이에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복장은 학교별 전통을 중시,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둔 것인데 이를 외투를 못입게 한다든지 단추를 꼭 잠궈야한다는 식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학교 규칙에 복장 제한을 두더라도 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합의 하에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무시하는 학교들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인권조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조례무효확인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라 인권조례를 준수할 것을 일선학교에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의회는 지난 8일 학생인권조례의 후속 조치로 학생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를 맡는 학생인권옹호관을 두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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