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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일촉즉발' 주주총회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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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일촉즉발' 주주총회 시즌

입력
2013.03.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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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달 13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상당수 기업이 주총을 진행했고, 주요 그룹 상장계열사들의 주총은 대부분 이달 15일과 22일 열릴 예정이다. 특히 22일은 무려 151개사의 주총이 열려 '슈퍼주총데이'로 꼽히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주총 시즌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 맞는 주총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돼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도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의 의지 아래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만만찮은 폭풍 예상

이번 주총 시즌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민연금의 행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경우 재계에 만만치 않은 폭풍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열린 동아제약의 임시 주주총회 때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안건에 전격 반대의사를 표명, 재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개편안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를 통해 재계를 쥐락펴락하려는 정부 측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어떤 이유로든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해당 기업들로서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그룹 대다수 상장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0대 그룹 계열사만 따져도 53개사에 달한다. 평균 보유지분은 7.70% 수준이다. 삼성(8.24%), 한진(8.11%) 등의 지분은 8%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그 밖의 그룹들도 대부분 7% 후반대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기업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의결권 행사를 통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지분 변동사항이 있을 때마다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기업 지분율을 10% 이상 높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사정기관 등을 통한 정부의 압력과 더불어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행사될 경우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총수사내이사 '양날의 검'

총수일가의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은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총수일가가 사내이사에 너무 많이 포진돼있으면 그만큼 법적 책임을 크게 떠안게 되지만 또 너무 없어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주요 그룹 상장계열사의 주총 안건을 조사해본 결과 20명이 넘는 총수들이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여타 그룹 총수일가들이 대부분 재선임되는 가운데 지난해 말 교통정리를 끝낸 LS만 신규선임 안건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이 물러나고 구자열 LS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LS 계열사 수장들도 대폭 교체됐다. 이번 주총을 통해 총수일가 상당수가 그룹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주)LS와 LS산전의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된다. 마찬가지로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구자용 E1ㆍLS네트웍스 회장은 각각 LS산전과 LS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신규선임될 예정이다.

LS를 제외한 주요 그룹 총수일가는 기존에 맡고 있던 사내이사만 재선임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구본무 LG 회장, 허창수 GS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수영 OCI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도 각각 자사 그룹 지주회사의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총수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총수도 있다. 바로 최태원 SK 회장이다. 옥상옥 구조로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 C&C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22일 열릴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문제는 최 회장이 SK C&C 등 계열사 자금 횡령혐의로 지난 1월 법정구속돼 있어 사실상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련)에서는 "오너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수추구협의회 의장에서는 내려왔으면서 정작 이권이 달린 계열사 사내이사 직함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이 문제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지난 11월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도 경개련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반도체(국민연금 지분 9.15%), SK이노베이션(국민연금 幟?7.59%) 등 최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여타 계열사에 비해 이번에 문제가 된 SK C&C의 국민연금 지분이 미비해 실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비용 사외이사 의혹도

주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 중 하나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사외이사제도다. 총수로부터 독립성을 갖지 못해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도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문제는 사외이사들이 단순히 독립성이 없다는 것을 넘어 해당 기업의 로비창구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주요 그룹 상장계열사들이 앞다퉈 퇴직관료나 사정기관 고위공직자 출신 또는 주요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에서는 수많은 상장사 중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 위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외이사 선임여부를 살펴봤다. 해당 기업 중 상당수는 국민연금이 상당한 지분을 지니고 있어 '로비용 사외이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응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한다. 사법고시 13회 출신으로 법무부 검찰국 국장,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한 송 전 총장은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다. 재직 기간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의혹수사와 대선 비자금 수사의 최고 책임자 위치에 있었던 만큼 송 전 총장의 영입은 구설을 낳고 있다. 송 전 총장은 (주)두산의 사외이사로도 신규선임될 예정이다.

(주)LG와 현대중공업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사법고시 10회 출신인 노 변호사는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변호인단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 명단에 올려놓았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인 손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소비자보호국 소비자기획과 과장과 상임위원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화우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주)GS는 아예 법무부 장관 출신 공직자를 영입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 전 장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주)효성 또한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한다.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김 전 차관은 현재 김상희 법률사무소 대표로 있으며 LG전자의 사외이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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