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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꿋꿋하게… 기똥찬 열여덟 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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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꿋꿋하게… 기똥찬 열여덟 살 친구들

입력
2013.03.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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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이야. 열여덟 살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가끔씩 무섭다. 열여덟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다. 일 년 전에도 십 년 전에도 난 열여덟 살이었던 것 같아."

은 흔한 고등학생들의 심리적 갈등을 담은 소설이다. 오히려 열여덟의 정서라고 보기에는 수준에 못 미치는 미진한 감성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따뜻한 아우라가 책을 감싸고 있어 요즘 유행하는 그 힐링의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학교폭력, 일탈, 왕따 문제로 질식할 것처럼 어두운 청소년 소설들 속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엄마가 떠난 집에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살며,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를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 책이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지점이다.

다섯 살 때 엄마가 아빠를 찾는다며 떠난 후 할머니 집에 맡겨진 형민은 할머니 성화에 못이겨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게 된다. 형민은 일요일 열두 시면 텔레비전 앞에서 떠나지 않는 송해 오빠의 열혈팬인 할머니의 읍소와 협박에 따라 꼼짝없이 '잘했군 잘했어'를 불러야 할 처지다. 단짝친구 공호는 그런 형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해외에서도 유명한 프로그램이니 잘해보라고 격려한다. 공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엄마와 조기유학을 갔다 엄마가 바람이 나는 바람에 아빠와 살고 있다. 아빠는 빚을 많이 지고 술독에 빠져 있다. 여기에 전교 왕따 조미미를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걸 우연히 본 후로 저도 모르게 관심을 갖게 되는 형민의 고민 등이 교차하면서 촘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주 기똥찬' 생각이라며 전국노래자랑에서 춤까지 추자는 할머니의 제안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는 착한 손자 형민, 웃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세상에서 밤마다 운동장에서 숨이 끊어질 정도로 뛰는 공호, 홍대 여신으로 길거리 무대에 서지만 반 아이들 앞에서는 바보 취급을 당하는 미미. 불안한 가정과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씩씩한 인물들이 얽혀서 만드는 이야기에는 특출날 것 없는 흐름 속에서도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내공이 있다. 3회 살림YA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동화작가로 이름이 익히 알려진 저자가 가명으로 투고한 작품이기도 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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