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가 나를 엿듣지는 않을까. 혹시 누가 들여다보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편리해진 것도 많지만, 과거 피처폰(일반 휴대폰) 때에는 없던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해킹과 도청 등에 대한 공포다. 그러다 보니 정보기관 종사자나 정부 고위층 인사들 중엔 아직도 피처폰을 쓰거나, 스마트폰 외에 '세컨드 폰'으로 피처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 속에, 보안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스마트폰이 더 잘 뚫린다'는 실험결과도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시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냉동고에 얼릴 경우, 쉽게 보안이 해체된다는 독일 보안전문가들의 이색실험결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안드로이드폰을 냉동고에 1시간 가량 넣어 얼린 다음 ▦배터리 탈ㆍ부착을 반복하고 ▦특별 제작한 해킹 소프트웨어까지 연결하면, 암호가 걸려 있는 통화상대와 내역, 인터넷 검색기록과 사진정보 등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IT전문사이트인 씨넷은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에 이어 '갤럭시S3'에서도 이용자가 설정한 화면 잠금 장치를 쉽게 풀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화면잠금 장치는 남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저장내용을 볼 수 없도록 막아주는 개인정보 보호장치다.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에서 발견된 결함은 화면잠금 장치가 설정된 상태에서 긴급전화 및 전원버튼을 몇 번 누르면 잠금 장치가 해제된다. 한 번에 풀리지는 않고 수십 회 반복해야 풀리기는 하지만, 보호장치가 해제된다는 것 자체가 이용자들에게는 불안요소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이런 결함은 갤럭시의 문제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OS의 문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OS의 결함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안다"면서 "조만간 이를 해결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에서도 최근 유사한 결함이 발견됐다. iOS6.1이 설치된 아이폰4와 아이폰5에서 긴급통화 버튼을 누른 뒤 전원버튼을 길게 누르면, 역시 화면 잠금이 풀리는 현상이다. 애플은 결함 발견 직후 이를 해결한 긴급 보안패치를 발표했다.
최근엔 안드로이드폰을 노린 악성코드도 크게 증가했다. 보안업체 에프시큐어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악성코드 가운데 79%가 안드로이드를 겨냥했다.
피처폰보다 훨씬 진화된 스마트폰에서, 오히려 보안결함이 잇따라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는 "피처폰은 기본적으로 음성통화 기반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정보 자체가 적다. 반면 스마트폰은 다양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 더 까다롭고 그만큼 많은 기능이 들어가다 보니 상대적 결함도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전문가는 "해킹과 정보유출을 유발하는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심어진다. 피처폰 때는 없던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니까 스마트폰의 보안위험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삼성 LG 팬택 등 국산 스마트폰에 악성코드 감염을 막는 백신을 기본적으로 탑재해 출고하도록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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