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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디지털 유료방송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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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디지털 유료방송 독과점

입력
2013.03.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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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의 성공으로 인해 드라마에 이어 K팝이 한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조명 받고 있다. 때마침 콘텐츠의 가치가 부각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한국 방송문화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앞으로 한류열풍을 더욱 발전시켜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경제ㆍ산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고품질 방송영상 콘텐츠의 제작을 늘릴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를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료방송 관련 업무 배분을 중심으로 논란이 크다. 그런데 정부조직개편 논의를 떠나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있는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시급히 다뤄야 할 문제는 시장 독과점 방지 정책이다.

지금 방송업계에서는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위성방송과 IPTV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KT계열은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높은 가입자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방송규제 환경에서는 특이하게 높은 수준이다.

다양한 방송콘텐츠가 경쟁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돼야 할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누군가에게 집중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도 해당 사업자가 송출해 주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선택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콘텐츠 제작산업이 방송 유통사업자에게 종속되며,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의 유인을 떨어뜨려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시청자의 편익을 저해하며, 국내에서의 활발한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국제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넘보기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방송 프로그램의 유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고품질 콘텐츠의 제작을 늘리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해외 주요국의 방송규제 정책에도 이러한 철학이 짙게 배여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상한선을 33%로 규제하고 있다.

사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 방송과 함께 유료방송 시장을 구성하는 부분집합이고,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열등재' 시장에서의 집중은 중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요가 '정상재'로 몰리면서 열등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독점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디지털TV 수상기 보급이 70%를 넘어서고,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된 현 시점에서 가입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은 열등재로 분류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유료방송 시장이 아날로그 보다는 디지털 중심의 경쟁체제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 못지않게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합당한 근거를 가진다.

케이블,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은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된다. 즉, 소비자가 유료방송 상품을 결정할 때 세 종류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수행 중인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에서도 이 셋을 동일한 시장으로 획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규제는 수직적인 틀에 갇혀 방송 네트워크별로 조금씩 상이한 경쟁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규제 비대칭성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미비점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마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시장 독과점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지금이라도 모든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할 수 있도록 법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방송기술 및 네트워크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기술 중립적이고 수평적인 규제의 기본 틀을 구축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의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변상규 호서대 영상미디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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