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원안 수용 의사까지 밝히며 개정안 처리를 위해 MBC 사장 사퇴 등 3대 요건을 제시한 데 대해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정치적 주장이자 억지"라는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제시한 3대 요건은 ▦공영방송 이사의 추천을 방송통신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 ▦개원 국회 때 합의한 언론청문회 즉각 실시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사장직 사퇴 촉구 등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들 요구가 수용되면 그간 막판 쟁점이 되어 왔고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에는 새누리당, 오후에는 청와대를 향해 "나라 안팎의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절박한 마음으로 양보를 결심했다"며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 모두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정부조직법 개정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야말로 방송 장악 음모를 버려야 한다"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사실 박 원내대표가 제안한 3대 요건은 민주당 지지층이나 재야 언론계에서 손에 꼽는 개혁 과제들이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이 이같은 과제들을 제대로 관철시켜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 현안을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건 하책이고 자충수란 비판이 많다. 방송의 독립성ㆍ중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정비 측면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 요건 강화는 의미가 있지만, 언론청문회 개최나 김 사장 퇴진 문제는 이미 정치 현안이 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우선 전략적으로 박 원내대표의 제안은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방송통신위에 두자는 이유로 방송의 중립성ㆍ공공성을 들었다. "민주당 혼자서 양보할 수 없는 민주주의 요체"라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이미 정치적 현안이 된 문제를 해결하면 이를 내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적 문제로 발목을 잡아왔다"고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전혀 실익이 없다. 여권이 김 사장 사퇴와 언론청문회 개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이 억지 주장을 하는 바람에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명분을 잃었다. '국정 발목 잡기'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야당이 양보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또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할 경우 민주당은 야권의 주도권을 안 전 교수 측에 내줘야 하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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