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도발 위협 발언을 하고 병력과 장비를 강원 원산 인근으로 집결시키는 등 대남 도발 조짐을 보임에 따라 우리 군 당국도 대북 감시ㆍ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현재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다"며 "훈련이 언제든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의 주시하고 군사 대비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또 북한이 이르면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 시작(11일) 직전인 9일쯤 동해에서 대규모 육ㆍ해ㆍ공군 합동 훈련에 착수하기 위해 각지에 주둔 중인 병력ㆍ장비들을 강원 원산 주변에 소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동ㆍ서해 영해에 항행금지구역을 지정한 것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시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온 직후인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6일 낮 12시 경계 태세를 평시 수준에서 한 단계 격상한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는 한미 연합 전력이 가동되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기간인 다음 달 말까지 도발이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우리 육ㆍ해ㆍ공군 각급 부대의 무기체계 대기 수준이 상향된 만큼 도발 수단은 잠수함이나 장사정포 등 기습 공격이 가능한 '비대칭 무기'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서해를 통해 잠수함(정) 침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현재 북한 잠수함이 내려오는 길목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초계기ㆍ수상함 등 대잠수함 전력들을 증강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포격에 대응하는 전력들도 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포병 탐지 레이더인 'AN/TPQ-37'ㆍ'아서(ARTHUR)'나 음향 표적 탐지 장비인 '할로(HALO)'가 도발 원점을 파악하면 K-9 자주포와 130㎜ 다연장로켓 '구룡', 155㎜ 견인포 등을 동원해 즉각 응사하는 한편, F-15K와 KF-16 등 공군 전투기를 띄워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으로 동굴 등에 숨은 북 장사정포 진지를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응징 타격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군 대장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발표한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 이튿날 육군 소장인 김용현 작전부장 명의의 경고 성명으로 맞섰다. 김 부장은 "북한 도발 시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ㆍ지휘 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지휘 세력은 통상 도발을 지휘한 군단급 지휘부를 뜻하지만 도발 수위에 따라 북 정권 수뇌부까지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응징 타격 범위에 지휘 세력을 포함시킨 게 처음은 아니다. 군은 지난해 이미 '상응 표적'으로까지 응징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상응 표적은 공격당한 우리 표적과 유사한 가치를 갖는 적의 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공세적 대북 억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확전 가능성을 걱정하는 미국 측은 우리 의지가 반영된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에 서명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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