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열흘이 되어가도록 정부조직이 짜여지지 못한 것은 단 하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할권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 때문. SO 관련 합의도출을 위해 여야는 다른 방송ㆍ통신 관련 기능들을 협상테이블에 올렸고, SO를 뺀 나머지 부분은 사실상 이견을 해소했다.
하지만 그 결과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인 주파수와 인터넷 정책 등이 사실상 난도질 당했다. 주파수와 인터넷, 소프트웨어 관련 기능등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제3의 부처 등 여기저기 붙여보는 바람에 '개리맨더링(여야 정략적 선거구 조정)'을 연상케 하는 작위적 기능조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주파수 정책의 3분할이다. 여야는 주파수를 통신용과 방송용으로 나눠, ▦통신용은 미래부 ▦방송용은 방통위가 맡고 ▦새롭게 주파수를 나눠주는 일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을 설치해 전담토록 했다.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에선 '황당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윤현보 한국전파학회 명예회장은 "주파수는 국가의 한정된 자원이고 갈수록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통신용 방송용 등 용도를 제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방송 통신 군 재난경보 등 용도를 섞어서 사용하는 주파수 공유가 세계적 추세인데 만약 3개 부처로 쪼갠다면 주파수 공유는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광대역 무선통신을 위해 1.7㎓~2.6㎓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을 '수퍼하이웨이'로 지정해 놓고, 방송과 통신용으로 함께 사용한다. 유럽도 군용 주파수를 군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민간 이동통신용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주파수 관리는 단일부처가 담당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 영국 오프콤, 일본 총무성, 중국은 신식사업부 등이 관리한다. 프랑스만 ARCEP에서 통신용 주파수를, CSA에서 방송용 주파수를 할당해 왔으나 지난해 8월 통합하기로 하고 국립주파수청으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대권 방송공학회장은 "주파수 관리는 산업기술육성과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래부가 맡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정책도 마찬가지. 이번엔 미래부와 방통위 외에 안전행정부가 끼어들었다. 인터넷산업 육성은 미래부, 민간 개인정보보호는 방통위,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는 안전행정부가 나눠 맡은 것. 안전행정부는 공공안전을 명목으로 공공기관에서 다루는 개인정보보호와 전자정부 관리기능을 미래부로 넘기지 않고 그대로 갖게 됐다.
한 인터넷 관계자는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하다 보면 개인정보보호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결국 미래부와 방통위, 2개 부처를 왔다갔다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킹과 악성코드 등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대책을 세우려면 미래부가 담당하는 네트워크 정책이 필수여서, 각종 사이버 공격에 대한 빠른 대응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개인정보보호 기능이 방통위에 남게 된 것은 여야간 줄 긋기의 결과라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를 구성하려면 10~15개의 과가 필요한데 이용자보호국 등을 방통위에 남기면서 숫자가 모자라다 보니 '보호'라는 글자가 들어간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무조건 남기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밖에 소프트웨어 육성기능은 대부분 미래부로 넘어갔지만, 내장(임베디드) 소프트웨어등 일부는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 그대로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