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은 고대 올림픽 때도 열린 종목인데, 현대올림픽에서 퇴출된다는 것은 자식을 잃는 것처럼 비통할 따름입니다.” 최규철(77ㆍ사진ㆍ동국대 명예교수) 전 동국대 부총장은 “레슬링이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흥행위주 종목 선정 과정에서 ‘재미없는’ 종목으로 지목된 때문”이라며 “신성해야 할 스포츠가 황금만능주의에 오염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88올림픽조직위원회 레슬링담당관을 지낸 그의 레슬링에 대한 애정은 그 누구보다 각별하다. “레슬링은 우리나라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이라며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에 전 국민들에게 삶의 활력소 역할을 했고, 스포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IOC가 오는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은 새롭게 정식종목 진입을 노리는 야구·소프트볼, 가라데, 우슈, 롤러,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과 함께 경쟁을 통해 2020년 대회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원조 올림픽 종목인 레슬링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국제레슬링협회의 안이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와 함께 핵심 종목이라는 자만심과 태만이 화를 자초했다”며 “그 동안 선수들의 수동적인 시합으로 흥미를 떨어뜨리는 그레코로만형에 대해 규칙을 변경하고, 여자 체급을 늘리라는 충고가 수 차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국제레슬링연맹은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최 교수는 “태권도도 퇴출 위기에서 경기 규칙 등 획기적인 개혁을 통해 정식종목으로 살아 남았다”며 “레슬링도 시간이 많지 않지만 타이트하고 공격적인, 흥미 있는 경기로 바꿔 IOC의 관문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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