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야권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판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대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 이은 2라운드인 셈이다. 하지만 안 전 교수의 양보로 끝난 1라운드와는 양상이 다르다. 특히 안 전 교수 측이 신당 창당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분열과 연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주도권 싸움은 당장 안 전 교수가 출마를 선언한 서울 노원병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듯한 '마이 웨이' 행보를 보이자 민주당은 연일 견제구를 날리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안 전 교수 측은 민주당의 도움이나 야권연대는 '안철수 정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캠프에서 정치혁신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연일 TV인터뷰 등을 통해 "이제까지 선거 과정에서 야권이 해 왔던 기계적 단일화는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다. 그런 단일화를 다시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의 한 측근도 "새 정치를 기치로 내세우는 안 전 교수에게 민주당은 도리어 부담만 될 뿐"이라며 "현재로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발목잡기'행보도 안 전 교수 측의 '마이 웨이' 결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안 전 교수를 야권연대의 틀에 묶어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노원병 독자 후보 공천 카드를 들고 압박하고 있다. 야권연대 차원에서 안 전 교수는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7일 "노원은 노회찬 의원이 상실한 지역이기 때문에 진보정의당에서 기득권을 주장할 것이고 민주당도 공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면서 "안 전 교수처럼 대통령을 꿈꾸었던 사람은 국민 여론을 잘 감안해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달라"고 주문했다.
노원병에서 시작된 주도권 전쟁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안 전 교수 측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해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 내세울 후보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안철수 캠프에서 외교ㆍ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이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연수 중인 독일 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11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손학규 연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야권은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을 포함해 4당 체제가 된다. '안철수 발(發) 빅뱅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 주변에선 자칫 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안 전 교수의 3당 시도는 리버럴(자유주의 세력)의 공간을 두고 민주당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의사 표명은 민주당은 물론 야권 전체를 향해 분열과 통합의 선택을 과제로 제시한 형국이 됐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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