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사망한 남미 좌파 지도자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입 모양으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제발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말라’며 삶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표현했다고 그를 임종한 측근이 전했다.
차베스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호세 오넬라 대통령 경호실장은 “그는 국가를 사랑했고, 스스로 국가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7일 AP통신에 전했다. 차베스는 임종 전날 수 차례 호흡기 감염을 겪었고, 마지막에는 강한 심장마비가 왔다. 암은 지난해 골반 부분에서 발견됐는데, 정부는 암의 종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차베스는 서방에서 독재자나 우스꽝스러운 반미주의자로 묘사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과 남미 좌파 국가들은 그를 시대의 영웅이나 천재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 석유산업 등을 국유화해 빈민들에게 무상복지 정책을 편 것에 대한 평가다. 그는 권력의 정점이었던 2008년 “나는 신처럼 오래 남을 것이며, 국민은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명했다”고 말했다. 차베스는 또 반미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필요성을 완전 부인하지 않는 실용적인 면도 보였다. 차베스는 2009년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자 미국 외교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이 해결해야 한다, 당신들만이 할 수 있다”며 상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관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보도했다. 그는 또 미국과 석유무역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막후에서 노력했다.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니콜라스 마두로(50) 부통령은 차베스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NYT는 “마두로가 차베스의 목소리는 물론 패턴, 연설 리듬까지 흉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대표적인 슬로건인 ‘나는 차베스다!’를 지지자들에게 열정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차베스의 관을 수행하면서 입은 베네수엘라 국기 색깔의 노란색 푸른색 붉은색의 점퍼도 차베스가 자주 입던 옷이다.
외신들은 마두로가 집권할 경우 차베스의 정책을 흉내내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차베스가 사망한 당일 마두로가 미군 2명을 간첩혐의로 추방한 것은 곧 치러질 대선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리엄 델라헌트 전 미국 하원의원은 “마두로를 잘 아는데, 그는 실용주의자다”며 “지난해 양국간 관계 개선을 제안하자 긍정적으로 응하고 워싱턴에서 비공식 회의도 3차례 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관계자는 “마두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그는 지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단계”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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