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미국 땅에서 미국인을 죽일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대통령은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6일 오전 11시57분 시작된 랜드 폴(켄터키) 공화당 상원의원의 연설은 다음날 0시38분에야 끝이 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지명한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상원이 인준하는 자리였으나 12시간 41분에 걸친 연설 때문에 표결이 미뤄졌다.
폴 의원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때까지 말하겠다"며 브레넌 인준 표결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그는 큰 소리로 신문기사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물과 사탕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마이크 리(유타), 테드 크루즈(텍사스) 등 같은 당 의원들이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벌어줘 잠시 쉬기도 했다.
폴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오바마 행정부의 무인폭격기(드론)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이다. 그는 "미국 안에서 미국을 상대로 드론 공격을 하는 권한을 정부가 갖는 것은 공포 이상이고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브레넌 지명자는 앞서 청문회에서 "모든 테러 위협에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며 미국 내 드론 사용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이날 "미국 정부는 국내에서 드론 공격을 한 적이 없고 그럴 의도도 없지만 진주만 폭격이나 9ㆍ11테러와 같은 재앙적 공격에는 군사력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내 드론 공격 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폴 의원은 "인준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는 일시적 방해지만 드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명확한 규칙을 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장시간의 연설을 마쳤다. 앞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도 필리버스터로 인준이 미뤄졌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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