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작가 이창래, 나도 참 좋아하는 작가다. 그의 근작도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이 읽어주길 바라지만 작가들은 예외 없이 자기자신만을 위해 글을 쓴다." 이건 역설도 아니고 농담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이 말의 진실을 수긍한다. 자기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말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하면 독자들과의 소통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에만 문학을 복무시킨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테다.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한 속뜻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을 쓰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을 쓰는 자기자신을 절대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작가의 절망, 문학의 실패는 일차적으로 자기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작가들의 불만족에서 오는 것이다. 문학의 출발은 충만한 자기 만족을 통한 결핍의 회복이다. 문학은 숙명적으로 자신을 위무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을 위무하는 데 실패한 작품이 어떻게 타인을 위무할 수 있겠는가. 결국 자기자신만을 위해 글을 쓴다는 이창래의 말은 독자를 위한 최상의 작품을 내놓기 위한 절대적인 전제를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우리 작가들은 지금 얼마나 지켜나가고 있을까. 작가 이창래의 확신에 찬 문학적 신념에 경의를 표한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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