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에 기대 평생 돈과 명예를 추구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공직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퇴직 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법조인들도 없지 않다.
법원장을 지낸 뒤 다시 일선 재판부로 복귀한 한 부장판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판사는 재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그간 공직에 있으면서 큰 혜택을 누린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거기 합당한 책임을 지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직 법관의 로펌 행에 대해 "각자의 사정을 들어보면 어려운 형편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판사들이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퇴임하는 것이 마뜩찮다"며 "대형 로펌이 주는 고액 연봉에 비하면 판사 월급이 하찮아 보이지만 일반인들에 비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법원장 출신 부장판사는 "판단을 내리는 판사의 업무와 비즈니스의 속성이 강한 변호사의 업무는 분명히 다르다"며 "우리도 일본처럼 판사가 계속 판사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로 돌아오면서 후배들의 승진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게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전관예우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평생 법관으로 남을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법조인들이 가져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2011년 평생법관제 도입 후 조용호(사법연수원 10기) 서울고법원장, 박삼봉(11기) 특허법원장, 최우식(11기) 대구고법원장, 윤인태(12기) 부산지법원장, 방극성(12기) 전주지법원장과 조용구(11기) 심상철(1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평생 법관의 길을 걷고 있다.
공직에서 정년 퇴임한 후 로펌의 유혹을 뿌리치고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던 대법관 출신 김능환(7기) 전 선관위원장은 퇴임 바로 다음날인 6일부터 부인을 도와 편의점에서 물건을 나르고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 물망에 여러 차례 올랐던 송종의 전 법제처장은 1998년 낙향해 충남 논산에서 밤나무와 딸기를 키우며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다.
김영란(11기) 김지형(11기) 박시환(12기)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로펌에 들어가는 대신 각각 서강대, 원광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지난해 말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초대 회장을 맡아 사회 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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