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다. '대만 쇼크'는 객관적인 전력과 정신력에서 모두 뒤진 결과인 탓이다. 한국 야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계기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은 2006년 도하 참사를 겪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 부족한 세대교체
구관이 명관이었다. 이번 대회 역시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맹활약 했다. 이승엽과 오승환(이상 삼성), 이용규(KIA) 등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 속에서도 단연 빛났다. 특히 이승엽은 '국민 타자'다웠다. 2차전인 호주전에서 2루타 두 방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3차전인 대만전에서도 8회 2루타로 3-2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대체적으로 아쉬웠다. 세대 교체의 중심에 선 박희수(SK)와 노경은(두산), 강정호(넥센), 김상수(삼성), 전준우, 손아섭(이상 롯데) 가운데 합격점을 받은 선수는 박희수뿐이다. 기대를 모은 노경은은 두 번째 투수로서 제 역할을 못했고, 강정호는 홈런 한 방이 터지기 전까지 무안타 1실책으로 부진했다.
한국은 2006 WBC 1회 대회 때부터 가장 최근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베테랑이 주축이 돼 호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에게 기댈 수 만은 없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이승엽이 출전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재목들을 더 길러내야 한다.
스트라이크존, 국제 기준에 적응하라
이번 대회 패인 중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전 포수 강민호(롯데)는 "네덜란드전의 경우 삼진 5개는 더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판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며 "수비를 할 때보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더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선구안이 좋은 '타격 기계' 김현수(두산) 역시 "바깥쪽으로 한 참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도저히 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대회의 스트라이크존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게 되면 결국 선수 본인 손해라는 것이다. 김현수는 5일 대만전에서 4타수 1안타 3삼진을 당했는데 그 중 스탠딩 삼진이 2개(2,6회)였다. 당시 김현수는 심판이 낮은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자 펄쩍펄쩍 뛰며 "볼"이라고 호소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8회 마지막 타석에선 낮은 변화구에 어설프게 방망이를 내밀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 밖에 시즌을 앞둔 프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 보다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별한 혜택이 없는 선수들에겐 더 많은 포상금을 내걸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안도 있다. 또 전문가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전력 분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타이중(대만)=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