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또 다시 외톨이가 될까봐'(유서)
부산의 한 여중생이 집단 따돌림을 두려워하는 짧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개학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학생정서ㆍ행동특성검사를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확인돼 위기학생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일 오전 7시45분쯤 부산 중구 주택가에서 박모(14)양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박양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부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박양은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5월, 학생정서ㆍ행동특성 검사를 받았지만 1차 검사에서도 학교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검사는 3차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1차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학생은 '관심군'으로 분류된 뒤, 심층 질문을 통한 추가 조사를 받게 되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개인 및 집단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적용 받는다.
박양은 저조한 성적에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 때문인지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보였고, 이로 인해 교우 관계가 순탄치 않았지만'형식적인' 조사로 인해 개선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반면 담임교사는 평소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박양을 발견, 지난해 5차례 걸쳐 상담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네가 싫다', '네가 밉다' 등 박양이 친구들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확보, 관련 학생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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