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법관'으로 알려진 김능환(62)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퇴임했다. 당초 대선이 끝난 1월 사의를 표명했으나, 후임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아 이날 퇴임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러분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제가 서 있다"며 "그간 선관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거나 발전한 게 있다면 모두 여러분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일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선관위의 공을 직원들한테 돌린 것이다.
충북 진천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0년 전주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된 뒤 2011년 2월부터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왔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가장 중요한 양대 선거를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정국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서운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엄정 중립 입장을 유지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에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의 자리에 않을 수 있겠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가난한 법관'의 대명사로 통했다. 소위 '전관예우'에 따른 고액 연봉으로 구설에 휩싸인 여러 다른 법조인 출신 공직자들과 달리 평생 청빈한 판사로 살아온 때문이다. 지난해 공직자재산신고 때 확인된 그의 총 재산은 9억5,617만원이었다. 대법관 중에서 이번에 신임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인복 대법관(4억9,760만원)에 이어 재산이 가장 적었다.
또 지난해 7월 대법관 퇴임 후엔 김 위원장 부인이 편의점과 채소가게를 열어 화제가 됐었고, 2011년 10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과 관련 선관위 직원이 직무유기죄로 기소되자 김 위원장이 변호사 선임비용 800만원을 사비로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퇴임 이후 별도의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거취에 대해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며 당분간 변호사 생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여행을 다니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퇴임식이 끝난 뒤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직접 몰고 떠났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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