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하자 마자 암초를 만난 격이다. 6일로 출범 10일째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이란 암초를 만나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암초를 떨쳐내고 어떻게든 배를 끌고 나가라면 여론 지지율이라도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청와대 등의 인선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잇달아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삼각 파고를 만난 격" "트리플 악재를 만났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여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사태의 근원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무산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나 청와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은 물론 각종 인선 마무리가 안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조직 개편안 암초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해법이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 배수의 진을 쳐버림으로써 극적 타협의 여지를 없애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계속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권 초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막 출항한 배가 거센 파고를 헤치고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연료 같은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이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너무 낮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2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5.0%를 기록, 취임 초반 김대중(84.8%)ㆍ노무현(71.4%) 전 대통령 때보다 한참 낮았다. 정부 출범 직전인 2월 말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4%에 머물기도 했다.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51.6%) 안팎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정부 출범을 즈음해 감동적 인선이 없었고 불통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나왔다. 이유가 뭐든 낮은 지지율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구상대로 정국을 끌고 나갈 수 없게 하는 장애물임에 분명하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무산에 따른 국정 파행 장기화가 박 대통령 지지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주변의 인선 잡음도 박 대통령을 괴롭히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홍보기획비서관에 내정됐던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달 26일부터 출근하지 않아 청와대 측이 후임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비서관의 경우 내정과 철회를 오가다 결국 이중희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곽상도 민정수석과 박 대통령 측근들 간의 알력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더니 인사만 봐서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5일 민정수석 산하 민원비서관에 임종훈(60) 전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을, 정무수석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에는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내정했다. 또 교육문화수석 산하 문화체육비서관과 관광진흥비서관에는 서미경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과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융합연구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할 민정수석 산하 친인척팀장에는 김호운(48) 변호사가 내정됐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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