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주택가. 콘크리트 담벼락과 보도블럭으로 온통 회색빛이던 이곳이 2011년부터 푸른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나선 주민들이 조롱박과 수세미를 하나 둘 키우기 시작하면서다. 대림어린이공원에는 울창한 조롱박ㆍ수세미 터널까지 생겨났고, 이제는 흔히 볼 수 없게 된 수세미와 조롱박을 보려는 마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웃'이 생겨난 마을 사람들은 수확기인 10월 축제를 열었고, 거둬드린 조랑박ㆍ수세미를 달인 엑기스를 들고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이웃의 정감을 나눴다. 사람들은 이제 이곳을 '대림동'이라는 행정명칭이 아닌 '조롱박ㆍ수세미 마을'이라고 부른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우수사례 40곳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 마을이야기 1ㆍ2'를 발간했다. 책에 따르면 예전 사랑방과 같은 공동체 공간이 생겨나면서 이웃간의 관계가 차츰 회복되고 있다. 이웃이 된 주민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키워나가고, 보육과 교육, 돌봄 등 함께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 주민들은 '족발쿠키'로 하나가 됐다. 주민들은 공동체의 신뢰를 되찾고 생동감 넘치는 소통을 위해 2011년부터 '착한돼지 엔젤피크'가 그려진 족발쿠키를 만들었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마을공동체도 활력이 생겨났고, 수익금으로 마을 복지사업까지 가능해졌다.
돌봄과 교육은 마을공동체의 중요한 연결 고리다. 양천구 목2동의 '모기동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의 '서초 창작마을'에서는 연극을 통한 체험학습 등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발간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마을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뿌린 씨앗들이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이 책에는 마을의 시대를 열어가는 작은 움직임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책자는 주민센터와 동네도서관 등에 무료 배포되며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도 내려 받아 볼 수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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