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훈국제중이 이번에는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영훈국제중의 한 학부모는 "학교발전기금으로 2,000만원을 내면 입학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학교에 가서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이 학부모는 "입학을 하고 나니 내 자녀보다 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도 돈을 써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며 설립한 학교가 돈을 받고 뒷문으로 학생을 뽑아왔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 학교는 그렇잖아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을 비롯한 일부 부유층 자녀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시켜 논란을 빚었다. 올해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부모 가운데는 유명 성형외과 의사, 중소기업 대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빌딩임대업자 등이 포함됐다. 최근 선발기준이 바뀌어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대상자 규정에 해당돼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납득할 학부모는 아무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학교는 사배자 전형 결원을 자격이 안 되는 일반학생들로 채우고, 사배자 전형 입학생에게 지급하던 장학금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 멋대로 관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비싼 학비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다.
사배자 전형은 2008년 국제중 도입 당시 비싼 학비로 '귀족학교' 논란이 일자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학교측은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라는 취지로 만들어 놓은 제도를 자기들 마음대로 부유층 자녀에게 또 하나의 특권을 주는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사배자 전형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감사로 그칠 일이 아니다. 재단측이 학부모들에게 입학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받아 챙겼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검찰에서 수사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입학 비리 혐의가 확인되면 영훈국제중의 국제중학교 인가 취소까지 검토해야 한다. 그 동안 줄곧 제기돼 온 국제중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번 기회에 다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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