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값에 붙는 부가가치세의 납부 주체를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로 바꾸고,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면 당장 연간 10조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증세 대신 현행 조세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새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의 상당부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제47회 납세자의 날을 기념해 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증세 없는 세수확보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부가가치세의 경우 실제 세금은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납부는 판매자가 맡고 있어 판매자가 부가세를 체납하거나 탈루하는 '배달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김 연구위원은 "2011년 기준으로 부가세 체납비율은 11.3%로 직접세인 소득세(9.0%)나 법인세(2.6%)보다 상당히 높다"며 "이론적인 부가세 징수총액과 실제 징수금액간 차이가 2011년 기준으로 11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부가세를 물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이들이 직접 내도록 방식을 전환할 경우 매년 최대 5조3,000억~7조1,000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며 "여기에 세원도 보다 정확하게 드러나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면 전환이 어려우면 부분 시행으로도 상당한 세수증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를 통해 5년간 발생할 감면액 150조원 가운데 최소한 10%를 줄여 15조원의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의 비과세ㆍ감면제도가 연간 30조원 수준의 세수손실을 유발하며 기득권화 되고 있다"며 "조세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정비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지출에 대해서 최소 10% 수준의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간접지출인 비과세 감면 제도도 10% 수준의 축소를 목표로 설정해 집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의 경우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 상당한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며 "일부 업종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덧붙였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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