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뒤로 하고 은퇴한 60대 김모씨는 최근 아내에게 "경기도에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서 오붓하게 살자"고 말했지만 바로 퇴짜를 맞았다. 아내는 "평생 당신과 자식 수발을 들었으니 이제 부엌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은퇴 후 아내와 함께하는 인생 2막을 꿈꾸지만 아내는 가정에서의 해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서울과 수도권 거주 30~40대 부부 400쌍을 대상으로 은퇴에 대한 인식 차이를 조사한 결과 노후자금과 같은 재무적 문제보다 ▦주거계획 ▦부부 공유시간 ▦부모봉양 등 비재무적 문제에서 큰 인식 차를 보였다.
우선 은퇴 후 이사 가길 원하는 부부 303쌍 중 절반(150쌍)은 원하는 지역이 엇갈렸다. 남편은 서울 근교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전원생활(75%)을 원했지만 아내는 서울ㆍ지방 대도시(65%)를 꿈꿨다.
또 노후에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남편은 하루 활동시간의 절반 이상(6~10시간)을 희망했지만(56%) 아내는 28%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남편은 은퇴 후 '나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 부양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남편의 41%는 매달 부모에게 용돈을 주고 싶어했으나 아내의 40%는 명절이나 생신 등 경조사 때만 지원하길 원했다. 간병과 관련해서도 남편의 52%는 '모시고 살겠다'고 했으나 아내의 74%는 '타인이나 요양기관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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