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2시 40분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문화일보홀 1층.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용산구에서 온 조순희(73) 할머니는 건물 1층에 마련된 매표소 앞에서 이날 상영하는 영화인 '청춘극장'의 광고문을 보고 "40년 전쯤 남편이랑 함께 본 영화인데,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반가운 기색을 금치 못했다. 오후 1시 30분쯤 이날 2회 상영시간인 1시를 훌쩍 넘어서야 뒤늦게 영화관을 찾은 장순식(70) 할머니는 "영화를 놓쳐서 아쉽지만 청춘극장이 서대문 근처로 이사 왔다는 소식에 들떠 딸에게 영화 제목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수첩에 적혀 있는 한 달치 청춘극장 상영 영화 목록을 보여줬다.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극장인 '청춘극장'이 4일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극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날 총 3회 상영에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450여명. 자리를 옮겨 문을 연 첫날이지만 260석 규모의 상영관은 매회 절반 이상 가득 찼다.
2010년 10월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에 처음 터를 잡은 청춘극장의 인기는 뜨거웠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멀티플랙스 영화관이 전부였을 당시 어르신들만을 위한 전용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벤허', '십계'등 과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클래식 영화를 단돈 2,000원에 볼 수 있게 되면서 하루 평균 500명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영화관에 몰렸다. 건물 리모델링 때문에 은평구 연신내역에 있는 한 멀티플랙스 영화관 안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을 때까지 14개월 동안 청춘극장을 찾은 관객수만 20만5,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자리를 이전하면서 점차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4년째 청춘극장을 즐겨 찾는다는 김영식(73)씨는 "종로나 서울 4대문 안에 이런 시설이 있어야 우리 같은 노년층이 찾아 오기가 쉽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500명이 찾던 청춘극장 관객 수는 은평구로 옮긴 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서현석 청춘극장 대표는 "옛 서대문아트홀에서 걸어 5분거리 위치에 다시 문을 연 만큼 부모님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겠다"며 "5일부터 영화뿐 아니라 어르신 스타일 코디, 건강 상담, 웃음치료, 노래교실 등 문화강의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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